
ㆍ경북 영양서 만난 ‘음식디미방’ 속 400년 전 음식 조리법 146가지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저자 이름 딴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반갑게 맞아준 13대 종부 조귀분씨더덕을 두드려 튀겨낸 ‘섭산삼’정통 방식 물으니 편한 대로 하란다1㎜ 두께 손질한 숭어 넣은 ‘어만두’시식용 음식은 순식간에 사라졌다400년 전 조상들은 무얼 먹고 살았을까. 손님 접대엔 어떤 음식을 냈고, 술안주로는 무얼 즐겼을까. 궁금증을 해결할 방법이 여기 있다. 조선시대 양반이 된 것처럼 당시와 똑같은 상을 받아 먹고 마시는 경험까지 가능하다. 타임머신을 탈 필요도 없다. 이 태어난 고장, 경북 부산출장마사지영양으로 가면 포항꽃집된다.은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한글 조리서다. 167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책에는 모두 146가지 음식 조리법이 실려 있다. 이 가운데 51가지가 이화주, 삼해주, 소곡주 등 술 빚는 법이다. 제사 모시고 손님 맞는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賓客)을 가장 중시했던 양반가의 풍습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나머지 95가지는 떡·면·어육류 등 다양한 요리와 식재료 간수법이다. 17세기 사대부 집안의 식생활이 어땠는지 이 책을 보면 정관출장안마훤히 그려진다.의 지은이는 장계향(1598~1680). 퇴계 이황의 학통을 이어받은 경당 장흥효의 외동딸인 그는 열아홉에 안동에서 영양의 재령 이씨 집안으로 출가했다. 남편인 석계 이시명은 부친이 총애하던 제자였다. 장계향은 아들들을 모두 대학자로 키워냈다. 셋째 아들 갈암 이현일이 훗날 정2품 이조판서에 오르며 정부인(貞夫人) 작위를 받았다. 말년엔 “침침한 눈으로 등잔불 밝혀가며” 대대로 전해오던 요리법을 책으로 남겼다.재령 이씨 기장출장마사지집성촌인 영양군 석보면 두들마을(언덕 위 마을이란 뜻)엔 지난해 4월 ‘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 문을 열었다. 교육원에선 에 실린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거나 시식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다도체험과 예절교육, 전통주 만들기 코스도 있어 취향대로 참여할 수 있다.■ 숭어포에 꿩고기…초승달 같은 만두‘음식디미방 조리체험’은 석계 집안의 13대 종부인 조귀분씨가 진행한다. 조씨의 안내에 따라 옛 방식대로 두 가지 요리를 만들어봤다. 먼저 더덕으로 만드는 ‘섭산삼’에 도전했다. 밑준비가 간단했다. 준비된 더덕의 껍질부터 벗겼다. 과일 깎듯이 머리 부분부터 칼로 살살 돌려 깎으니 잘 벗겨졌다. 대신 손에 끈적한 진액이 들러붙었다. 금세 주위에 더덕향이 번졌다.“내가 저번에 서울에 갔더니 지하철에서 할머니들이 필러로 더덕 껍질을 까고 있더라고요.” 전통 방식을 고수해야 한다거나 사소한 부분까지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종부의 입에선 “자기 편한 대로 하면 마켓마음된다”는 말이 나왔다. 하긴 맛이나 완성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지엽말단에 집착하기보단 세상 흐름을 받아들여 전통 계승이라는 본질을 취하는 게 합리적이고 유연한 태도일 것이다.껍질을 벗겨 2㎜ 두께로 길게 자른 더덕은 물에 10여분 담가 쓴맛을 빼고 도마에 놓고 방망이로 살살 두드려 폈다. 찹쌀가루를 바른 뒤 기름에 경산출장마사지살짝 튀겨내니 요리가 완성됐다. 노릇하게 튀겨진 더덕을 꿀에 찍어 먹으니 바삭하고 고소한 식감이 더 살았다. 평소 집에서 간식으로 만들어 먹어도 좋을 것 같았다.두 번째로 도전한 ‘어만두’는 좀 까다로웠다. 물에 불린 석이버섯과 새송이버섯, 꿩 가슴살을 잘게 다져서 잣가루와 섞고 참기름·국간장을 두른 팬에 볶아 만두소를 만드는 것까지는 쉬웠다. 만두피는 살이 쫀쫀한 숭어를 넓게 포를 떠 얼린 뒤 얇게 잘라내 쓰는데, 칼질이 쉽지 않았다. 대패질하듯 1㎜ 두께로 일정하게 잘라 손바닥 절반만 한 크기가 나와야 한다고 설명도 듣고 시범도 봤지만 마음과 달리 칼은 제멋대로 강남역왁싱움직였다. 요리 초보인 동행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칼이 생선 살을 다 발라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툭하고 튀어나갈 때마다 지켜보던 주변에서 ‘아’ 하는 탄식이 터져나왔다. 서로 “내가 그래도 폼은 종갓집 맏며느리 같다” “아니, 맏며느리가 아니라 망나니다” 농담도 해가며 얼추 밑재료를 다 준비했다.힘들게 만든 만두피에 전분가루를 묻히고 미리 만들어둔 소를 채워 말았다. 숭어포 양끝을 안으로 밀어넣으며 돌돌 말아 쥐니 가운데가 볼록, 초승달 같은 만두가 빚어졌다. 장계향 할머니가 “꾸부정하게 만들라”고 한 모양 그대로였다. 이미 소를 익힌 만두라 찜통에서 7분 만에 잘 익은 채로 나왔다. 들러붙지 않게 숟가락에 물을 묻혀 만두를 들어올린 뒤 채소를 절인 초간장에 찍어 먹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가 순식간에 접시에서 사라지는 풍경은 옛날에도 지금과 똑같지 않았을까.■ 담박한 술안주에 기품 있는 술 한잔10가지 요리 ‘정부인상’을 맛봤다호란 때 피란민 먹였던 ‘도토리죽’어떤 술과도 어울릴 법한 ‘석류탕’옛날식 녹두 빈대떡인 ‘빈자법’집돼지로 만들었다는 ‘가제육’에눈도 즐거운 ‘대구껍질 누르미’…떠먹는 감향주에 우아하게 취한다실습실을 나와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에 실린 ‘전통음식 맛보기’ 체험으로 저녁 식사를 했다. 고증을 통해 재현한 10여가지 요리가 나오는 ‘정부인상’ 코스를 선택했다. 먼저 떠먹는 술인 감향주가 상에 올랐다. 겉보기엔 죽 같지만 조그만 숟가락으로 입에 떠넣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우고 삼킨 뒤에는 화한 느낌이 올라오는 게 영락없는 술, 그것도 아주 우아한 술이었다.이어 거무튀튀한 도토리죽이 전채 요리로 나왔다. 사실 특별할 것 없는 맛이지만 사연이 있는 음식이다. 장계향은 두 차례 호란 때 대거 발생한 피란민들의 끼니를 걱정해 가마솥 가득 도토리죽을 끓여 하루 수백명씩 먹였다고 한다. 실제로 두들마을엔 도토리가 나는 참나무가 지천이다. 도토리죽을 나눠준 장소는 낙기대(樂飢臺)인데, 선비라면 안빈낙도를 덕목으로 삼고 궁불실의(궁핍해도 의로움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뜻의 구절)를 실천해야 한다는 뜻을 담아 석계가 지은 이름이다. 넷째 아들 이숭일이 바위에 새긴 ‘낙기대’ 세 글자가 지금도 선명하다. 그가 ‘조석으로 와서 거니니 굶주림도 즐겁구나’ 읊은 시비도 남아 있다.석류탕은 밀가루로 만든 피에 꿩고기와 각종 채소를 넣어 석류 모양으로 싼 뒤 맑은 장국에 담아내는 음식이다. 호두알만 한 걸 서너 알씩 그릇에 담아 술안주로 냈다는데 담박하고 깔끔한 암보험비교사이트맛이 어느 술과도 어울릴 것 같았다.가늘게 찢은 꿩고기에 미나리, 고사리, 시금치, 도라지, 오이, 표고버섯 등을 담은 잡채는 처음엔 어리둥절했다. 요즘 흔히 먹는 잡채는 당면이라는 식재료가 생긴 최근에야 만들어진, 변형된 모습이라는 걸 뒤늦게 깨달았다. 풍부한 채소가 주인공 되는 전통 잡채의 맛은 싱그러웠다. 꿩 육수에 밀가루를 개고 된장·간장을 섞어 만들었다는 소스는 꿩의 누린내를 잡으면서 감칠맛은 더했다.팥고물을 넣은 옛날식 녹두 빈대떡인 ‘빈자법’, 집돼지로 만든 돼지고기 요리인 ‘가제육’, 그리고 제사 모실 때 쓰는 대구포 껍질을 불려 소를 채운 ‘대구껍질 누르미’까지 음식들은 대부분 맛있고 눈요기도 됐다.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전채부터 주요리, 한상차림, 후식까지 이어지는 코스요리인데 ‘기승전결’을 느끼기 힘들었다. 음식디미방 요리는 역류성식도염치료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고 대부분 노인들도 먹기 편하게 부드러운 음식이다 보니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진 요즘 입맛은 쉬 질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음식디미방 조리체험’(054-680-6444)과 ‘전통음식 맛보기’(054-682-7764)는 사전 전화 예약이 필수다. 식사(정부인상 5만5000원, 소부상 3만3000원)는 최소 10인, 조리체험(1인 1만원)은 20인 이상이어야 가능하다.장계향문화체험교육원이 자리 잡은 두들마을엔 석계가 후학을 가르치던 석천서당과 석계종택, 병암고택, 유우당, 남악정 등 소박하면서도 품위 있는 고택이 즐비하다. 마을 숲길을 따라 산책을 해도 좋고 고택에서 한옥체험으로 하룻밤을 보내도 좋다. 오랜 세월 손길을 타 반들거리는 툇마루에 걸터앉아 마당의 나뭇가지를 흔드는 바람소리를 듣다보면 한여름 무더위도 잠시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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