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역병이 테베를 덮쳤다. 죽음의 먹구름이 하늘을 뒤덮었다. 땅에 통곡 소리가 가득했다. 백성들이 살길을 찾아 달라고 왕에게 탄원하자 오이디푸스는 아폴론 신전에 사람을 보내 신탁을 구했다. 선왕 라이오스를 죽인 자를 찾아내 오욕을 씻어내고 나라를 정화해야 한다는 것이 신의 말씀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인자를 찾아내고야 말겠다! 진실을 향한 앎의 의지로 불타는 오이디푸스는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를 만난다. 누가 범인인지 아는가? 테이레시아스는 말하기 힘든 진실도 있다며 대답하기를 거부한다.소포클레스의 비극 은 홈스타일링오이디푸스와 테이레시아스의 대화를 격한 논쟁으로 재연했다. “알면서도 말하지 않겠다니, 나라를 망하게 할 작정이오?” 왕의 집요한 다그침에 예언자는 진실의 문을 연다. “오이디푸스 왕, 그대가 이 아트테크나라를 더럽힌 사람이오.” 어처구니없는 말에 놀란 오이디푸스는 이 예언자가 혹시 자기를 몰아내려는 음모에 가담한 건 아닌지 의심한다. 테이레시아스는 한발 홍보마케팅더 나아간다. “그대가 바로 그대 자신이 찾고 있는 그 범인이란 말이오.” 왕의 노여움이 폭발한다. “그런 모함을 두 번씩이나 하다니 반드시 후회하게 될 거요.” 테이레시아스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 곧 공공 이성의 대변자다. 오이디푸스는 테이레시아스를 ‘교활한 돌팔이 설교사’라고 몰아붙인다. 예언자는 퀵서비스요금흔들리지 않는다. “그대가 그대의 재앙이오.”세월호 침몰 참사는 온 나라를 삼켜버릴 것 같은 거대한 슬픔과 분노의 파도를 일으켰다. 죽음의 규모가 내구제컸기 때문만이 아니다. 눈앞에서 어린 생명들이 한꺼번에 수장됐다는 것이 우리를 견딜 수 없는 고통으로 몰아갔다. 수백 폰테크명의 목숨이 물에 잠겨 가는데 그걸 빤히 보면서도 단 한 명도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 참혹한 사건이 일으킨 충격은 너무나 커서 한동안 우리의 현실감을 박탈해버렸다. 비탄이 하늘과 땅을 덮어 나라를 거의 신화적인 비극 세계로 바꾸어 놓았다. 그러나 비극에선 ‘정의’가 실현된다는 걸 생각하면 우리의 현실은 비극보다 더 비참하다. 진실을 찾아나가던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하게 되리라’는 운명을 그 자신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수행했음을, 그리하여 자기가 바로 범인임을 알아내고 만다. 운명을 피하려고 양부모를 떠났다가 낯선 남자, 곧 친부를 죽이고 테베에 들어가 왕비와 결혼했던 것이다. “모든 것이 사실이었구나.” 재앙의 근원이 자기 자신임이 분명해졌을 때 오이디푸스는 두 눈을 스스로 찔러 응징하고 왕위를 버린다. 오이디푸스 비극은 자기처벌과 자기책임의 드라마다.우리가 겪고 있는 비극에선 사정이 전혀 다르다. 어떻게든 진실을 덮고 사람들의 눈을 딴 곳으로 돌려놓겠다는 은폐의지만 가득하다. 사태의 정점에 있는 박근혜 대통령은 책임윤리가 무엇인지 도무지 모르는 것 같다. 2004년 이라크에서 김선일씨가 죽었을 때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지 못하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분노한다’고 했던 그 사람이 이 범죄적 운전자보험비교사이트참사 앞에서는 아랫사람 타박만 했다. 소포클레스는 다른 비극 에서 주인공의 입을 빌려 말한다. “통치 행위로 검증받기 전에 한 인간의 성격과 심성과 판단력을 완전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도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우리는 때로 너무 늦게 안다. 이 나라 대통령은 위기상황에 꼭 필요한 판단력도, 애끊는 부모들과 함께 암보험비교아파하는 공감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판단하는 시늉, 공감하는 시늉, 나라를 영통파스타다스리는 시늉만 넘친다. 이 비참 앞에서 오이디푸스를 추궁하는 인천간판크레온의 말을 되새긴다. “통치할 줄 모르면 통치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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